제목미국 호황의 허상2019-05-1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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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america-growth-illusions-declining-wellbeing-by-jeffrey-d-sachs-2019-05

미국의 정치는 진정한 복지와 거의 무관한 거시경제지표에 종속되어 왔다. 많은 이들은 2019년 1분기 성장률 3.2%와 4월 실업률 3.6%가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옳았다는 것을 뜻하며, 결과적으로 재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거시경제지표가 측정하지 못한 것을 간과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측정하지 못한 것이 실제로 대중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먼저 트럼프의 정책을 지지하는 하버드대학교 경제학자 Robert J. Barro의 말을 들어보자. “2017년의 감세정책이 GDP 성장률의 1.1%에 기여를 하였으며 빠른 성장은 느린 성장보다 분명히 낫다. 빠른 성장은 일반적으로 높은 임금과 낮은 실업률을 동반하고 수백만명의 사람들, 특히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집단지성의 관점에서 볼 때, Barro는 대중이 실제로 내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최근의 갭럽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0%가 2017년의 세금 감면에 동의를 하고 49%가 반대를 한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도출된다. 국민은 일시적인 소비 진작이 아니라 실질적인 수입증대, 부의 불평등, 늘어나는 재정 적자 등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미국인의 절반이 자신들의 경제상황이 “양호 또는 우수” 하다고 답하였으며 나머지는 그에 미치지 못하다고 하였다. 미국인의 약 49%는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50%는 악화되거나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31%에 해당하는 국민만이 국가의 지향성에 만족하며 나머지 67%는 불만족하고 있다.

거시경제지표는 삶의 질에 관해 많은 것을 숨긴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경제가 확대되긴 했지만 공중 보건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2016년과 2017년에 2년 연속으로 평균 수명이 감소하였다. 이는 1차세계대전과 이어진 독감 전염병 이후 가장 긴 연속적인 감소다. 최근의 감소는 질병이 아닌 절망에 의한 것이란 사실이 다른 점이다. 자살률과 마약 복용도 급증하고 있다.

GDP나 실업률이 포착하지 못하는 또 다른 사실은 미국인들의 불안감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갤럽은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미국인들은 지난 10년 동안보다 더 많이 분노하며 근심에 노출되어 있다”라고 분석한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5%가량이 항상 걱정이 많다고 응답했고 22%는 분노를 많이 느낀다고 했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미국은 그리스, 필리핀, 이란 등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나라에 해당하는데 우간다, 터키, 베네수엘라 국민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미국인들의 행복도 역시 2018년에 감소했다. 행복도(10점 만점)는 2017년의 7.0에서 2018년에는 6.9로 낮아졌다. 금융위기 시절인 2006년에서 2008년에도 미국인의 행복도는 7.3으로 조사된 바 있다. 지난 10년간 1인당 GDP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만족도가 감소한 것이다. 2018년에 미국인의 행복도는 전 세계 20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OECD 국가 중 평균 이하에 해당한다.

GDP와 고용 관련 지표를 한번 보자. 뉴스 헤드라인에서 떠들썩하게 이야기한것 보다 내실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분기 GDP 성장률 뒤에는 재고 급증이라는 감춰진 이야기가 있다. 이는 향후 분기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음을 말한다. 낮은 실업률은 고무적이긴 하지만, 4월에 보고된 실업률 감소의 일부는 노동력의 감소를 반영했다. 더 중요한 점은 취업률이 이전 최고점보다 훨씬 낮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2019년 4월의 민간 고용률은 2000년 기록한 64.4%에서 60.6%로 낮아졌다. 현재 미국의 낮은 실업률은 다수의 저임금 미국인이 노동시장에서 철수한 것을 반영한다.

많은 미국인들은 미국에서 일하는 방식에 행복해하지도 않고, 2017년의 감세가 자신들의 우려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믿을 정도로 순진하지도 않다. 그들은 단기적으로 GDP가 증가하거나 실업률이 감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GDP와 실업률은 불투명한 미래, 경제적 불평등, 고비용의 의료서비스, 방대한 학생 부채, 불안정한 직업, 낮아지는 기대 수명, 마약, 자살, 우울증의 증가와 같은 부담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미국은 보건 의료, 국민들의 절망, 불평등, 스트레스 등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장기적인 구조 변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미국민보다 다른 많은 국가의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덜 걱정하며 더 오래 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다른 국가의 정부는 부자를 위한 감세를 하지 않으며 대중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줄이고 있지도 않다. 그들은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대신 공통된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