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변동성 : 공포 또는 탐욕 - 1편2017-12-2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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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훈(대한투자증권 경제연구소)

옵션이 다른 금융상품과 다른 점은 기초자산(코스피200)의 변동성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선물의 경우 코스피200 지수 그 자체만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변동성은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코스피200의 변동성이 옵션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변동성만 가지고도 옵션 매매가 가능한 것이다.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옵션에 있어서 변동성이 전부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선물 매매와는 달리 단순한 방향성만 가지고는 옵션의 성공적인 매매는 힘들다.  

하지만 대다수의 옵션 투자자들은 변동성의 중요성은 알고 있으나,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변동성을 이해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변동성이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통계적인 정의에서부터 심리적인 정의까지 그야말로 변동성은 천의 얼굴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옵션 매매에 있어 변동성의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므로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변동성이란 통계학적으로 '평균에서 멀어지는 정도'의 측정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의 60일 변동성이 상승한다면 코스피200은 60일간의 평균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코스피200의 급등 또는 급락시 변동성은 상승하고, 반대로 좁은 박스권 장세에서는 변동성이 하락하게 된다. 

둘째, 변동성은 기초자산 가격(코스피200지수)이 얼마나 변할 수 있을지를 측정하는 척도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양방향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즉, 변동성을 측정할 때는 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동일한 비중을 두는 것이다. 따라서 이론적인 옵션가격 산정에 있어 기초자산 가격이 얼마나 변화하는가만 고려할 뿐, 가격의 상승 또는 하락이라는 방향성은 제외된다. 이러한 사실로 인해 옵션의 변동성 매매가 가능한 것이다. 사실 방향성에 익숙한 투자자라면 변동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선물 매매가 더욱 쉽게 느껴질 수 있다. 

셋째, 변동성이 가격의 변화라는 두 번째 정의를 확장해 보면, 변동성이란 곧 투자에 따른 위험이다. 만약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 따른 결과가 절대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면, 위험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결과가 변할 때, 이는 위험을 수반하게 된다. 주식을 위험 자산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주식의 가격이 상황에 따라 늘 변하기 때문이다. 주식에 절대적인 가격은 부여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위험을 수치화한 값을 통계적인 용어로 분산(또는 표준편차)이라고 한다. 우리는 앞으로 표준편차(변동성)가 옵션 가격 결정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동성을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만약, 시장 참여자들이 항상 똑같은 위험을 느끼고 똑같은 수익을 기대한다면, 변동성은 대단히 미미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통계적인 정의로 다시 한 번 설명하면, 늘 비슷한 평균적인 흐름이 지속될 것이다. 가격이 평균에서 멀어졌다는 뜻은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에서 느끼는 위험 또는 미래의 기대수익에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 흔히 위험은 공포(Fear)라는 얼굴로, 기대 수익은 탐욕(Greed)이란 얼굴로 다가온다. 다시 말하면 변동성은 시장 참여자들의 공포나 탐욕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선행적으로 주식시장은 하락하게 되는데,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은 그 자체가 시장 참여자에게는 위험 요인이 된다. 이렇게 확대된 시장 위험이 변동성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반영되는데, 시장위험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의 요구수익률(탐욕) 역시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쟁이나 테러, 대기업 파산과 같은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가 시장에 터져 나오면 투자심리는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고 투자자들은 투매에 나서게 된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돌발적인 시장 위험이 표면화되는 순간 탐욕은 공포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이 순간 변동성은 피크를 치게 된다. 정리하면, 주식 투자자들이 사전적으로 예상했던 시장 위험에 따라 탐욕은 커지거나 작아지는데, 예상치 못한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순간 탐욕은 공포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변동성은 탐욕과 공포라는 이중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변동성이 상품마다 그 크기가 다른 이유도 상품에 따라 투자자들의 공포와 탐욕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채선물의 변동성은 코스피200에 비해 상당히 작다. 주식의 변동성이 높은 이유는 주식 투자자의 욕심이 채권 투자자보다 더욱 크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자의 마음속에는 소위 '더블' 의 욕심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채권 투자자는 어떠한가? 채권 투자자는 보장된 금리만 제때 주면 만족한다. 결국 주식 투자에 따른 욕심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채권시장에 비해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변동성의 정의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은 변동성을 어떻게 추정하고, 이용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