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훈(대한투자증권 경제연구소) 변동성의 추정(Ⅰ) :역사적 변동성(Historical Volatility) 아래 식은 대표적인 옵션가격결정모형 중 하나인 블랙-숄즈 모델(Black-Scholes 모델, 이하 B/S 모델)인데, 여기서 우리는 옵션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행사가격, 기초자산 가격(코스피200 지수), 만기까지 남은 잔존 기간, 이자율, 그리고 변동성이다. B/S 모델에 이 5가지 변수들을 입력하면 옵션의 이론가격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5가지 변수 중 변동성을 뺀 나머지 변수는 쉽게 알 수 있다. 옵션의 행사가격은 투자자의 위험 성향에 맞게 선택하면 되는 것이며, 코스피200 지수는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발표해 주고 있다. 만기까지의 잔존기간도 하루 단위로 계산할 수 있으며, 이자율(91일물 CD금리)도 증권업협회에서 발표해 주고 있다. 하지만, 변동성만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싶은 변동성은 미래의 실현변동성(Realized Volatility)인데, 이를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단지 추정할 수밖에 없다. 이 때 과거의 자료를 이용하여 미래 변동성을 추정한 값을 역사적 변동성(Historical Volatility)이라 한다. 만약 변동성을 정확히 추정하여 이론가격을 구할 수 있다면 옵션투자 전략은 지극히 단순해진다. 옵션의 시장가격이 이론가격 보다 높으면 매도, 이론가격 보다 낮다면 매수하여 이익을 볼 수 있다. 이론가격만 정확히 안다면 옵션시장에서 돈 버는 일은 너무나도 쉽다. 아마도 옵션거래로 백만장자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 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이론가격을 정확히 산출할 수 없는데 이는 미래 변동성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표 2]는 변동성 변화에 따른 옵션의 이론가격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변동성이 25%로 추정됐다면, 이 때 콜과 풋의 이론가격은 각각 3.26, 2.84 이다. 그런데 시장에서 콜은 4.05, 풋은 3.50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분명 콜과 풋 모두 고평가 되어 있다. 따라서 매도 전략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만기 시점에 가서 확인해 보니 실현 변동성은 25% 가 아닌 45% 이었다고 한다면 옵션 매도로 상당한 손해를 보게 된다. 이 손실은 변동성 추정을 잘못해 저평가된 옵션을 매도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만약 당시에 만기일의 실현 변동성을 45%로 정확히 추정했다면 매도 전략이 아닌 매수 전략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역사적 변동성은 그 이름이 의미하는 것과 같이 미래에(만기 때) 실현될 진정한 변동성이 아니다. 단순히 코스피200 지수의 과거 일별 수익률 데이터를 이용해 추정한 값일 뿐이다. 따라서 증권사, 정보제공 업체들이 역사적 변동성을 발표해 주고 있으나, 이러한 변동성이 옵션만기까지의 진정한 변동성(실현 변동성)이라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역사적 변동성을 가지고 미래 변동성을 잘못 추정한다면 이론가격을 왜곡시켜 위의 사례와 같이 최악의 옵션 전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편, B/S 모델의 비현실적인 가정도 이론가격을 왜곡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B/S 모델에서 변동성은 만기까지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역사적 변동성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역사적 변동성 차트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옵션의 이론가격을 산출하기 위한 B/S 모델의 한계점을 논외로 한다면, 이론가격을 정확하게 산출해 내기 위해서는 옵션 만기 때까지의 변동성을 정확히 예측할 필요가 있다. 이 때 미래의 변동성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해 보려 노력한다. 즉, 과거 변동성을 이용해 미래의 변동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패턴이 항상 미래에 반복되지 않기 때문에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에 많은 한계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술적 분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역사는 반복한다' 라는 기본 가정을 알고 있을 것이다. 기술적 분석 중 특히 패턴 분석은 이러한 가정을 기본 바탕으로 한다. 예를 들어, 현재 확인된 가격 패턴은 과거 상승 패턴이었으므로, 향후 주가는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예측이 항상 맞지 않다. 과거 경험상 상승 패턴 이후 주가가 상승했던 적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결국 과거자료를 이용하여 변동성을 예측한다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으로 밖에 볼 수 없으며, 따라서 B/S 모델을 이용한 옵션의 이론가격은 대략적인 추정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미래를 알 수 없으므로 시장에서 옵션의 거래가 활발히 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정리하면, 선물(주식 포함하여) 투자자는 상승이냐 하락이냐 하는 방향성 예측이 가장 중요한 반면, 옵션 투자자는 변동성 예측이 중요하며, 가격 예측만큼이나 변동성 예측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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