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변동성 : 공포 또는 탐욕 - 5편2017-12-27 23:19
작성자

지승훈(대한투자증권 경제연구소)

변동성의 편견 : 변동성 편이(Volatility Skew)

변동성도 편견을 가지고 있다. 사실 변동성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옵션 시장 참여자들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변동성 편이란 같은 행사가격 옵션의 내재변동성이 콜옵션과 풋옵션 간에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풋옵션의 변동성이 콜옵션에 비해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옵션 참여자들이 풋옵션을 더욱 편애한다는 의미인데, [그림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행사가격대 별로 풋 내재변동성이 콜 내재변동성 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변동성 편이 현상은 주식시장의 급락과 관련이 깊다. 미국의 경우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이후 발생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국내 옵션시장에서도 IMF와 911 테러를 겪으면서 변동성 편이 현상이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옵션시장에서는 변동성 미소(Volatility Smile) 현상이 나타났었지만, 최근에는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높아져 변동성 편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동성 편이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선 심리적인 요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다시 변동성의 심리적인 정의를 기억해 보자. 변동성이란 공포와 탐욕이란 이중성을 가지고 있지만, 보통 공포의 대변자이다. 흔히 주식시장의 상승은 느리게 진행되는 반면, 하락은 한 순간에 나타나곤 한다. 또한, 역사적으로 주식 투자자들에게 있어 급등의 기쁨보다는 급락의 공포가 더욱 컸다. 대표적인 예가 기술주 열풍이 꺾이면서 나타난 미국 나스닥, 국내 코스닥 시장의 급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옵션시장 참여자들이 주식시장 급락시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풋옵션을 편애하는 현상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변동성 편이 현상의 두 번째 이유는 기관의 전략과 관련된 수급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주식을 보유한 기관이 가장 선호하는 옵션전략은 커버드 콜(Covered Call) 전략이다. 커버드 콜 전략이란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콜 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이 때, 커버드콜 전략으로 콜은 전반적으로 매도 압박을 받게 된다. 특히 행사 가능성이 적은 외가격 콜 옵션은 상당한 매도 압박을 받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콜 내재변동성 하락(콜 가격 하락)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반면, 주식을 보유한 기관들이 주가하락을 대비해 옵션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이 때 기관은 헤지를 위해 풋옵션을 매수하는 보호적 풋(Protective Put) 전략을 이용하게 되며, 이로 인해 풋내재변동성은 상승(풋 가격 상승)하게 된다. 향후 주식시장이 불확실하다고 느낄수록 헤지를 위한 풋옵션 수요는 늘게 마련이다. 따라서 풋 내재변동성 상승에는 투기적인 풋옵션 매수뿐만 아니라 헤지를 위한 매수도 한 몫 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기관들이 즐겨 사용하는 옵션 전략도 콜옵션에는 매도 압박을, 풋옵션에는 매수를 뒷받침하게 된 결과, 풋의 내재변동성이 높아지는 변동성 편이 현상이 지지될 수 있는 것이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옵션시장 참여자들의 풋옵션 편애(투기적인 풋옵션 매수)는 합리적일까? 풋옵션 편애가 뛰어난 성과를 보여 주었다는 결과는 없으나, 변동성 편이 현상이 보편적으로 확인되고 있어 옵션 투자자들의 지극한 풋사랑은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풋사랑에도 변명은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은 언제나 불안정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주식시장은 급작스러운 일들로 가득한 미래에 대한 베팅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합리화를 향해 진보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버블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2000년 초반 무렵부터 시작된 국내외 기술주들의 급락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이렇게 주식 투자로 초래된 뼈아픈 기억으로 풋옵션을 사랑한다는 것, 이 정도가 풋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변명은 될 수 있을 것이다.